하얀 눈이 왔던 이유

글/이병주

땅거미는 아직 주리를 틀고 있을 때
먹다 버린 음료수 빈 프라스틱병 대여섯 개
찌들어진 가방에 넣어 약수터 올라간다

행여 춥지 않으려고 입 마개 귀마개 장갑 끼고
내의 곁들어 두툼하게 챙겨 입고
산으로 산으로 약수터 찾아간다

車들도 몇 대 안다니고 인적도 드문드문
추울까봐 움츠리고 가는데
차가운 나의 체온 입김 까지 하얗게

뽀드락뽀드락 눈 밟는 재미 솔솔
어느새 등줄기 땀냄새 풍기고
들숨 낼숨 빨라질 때는 약수터 정상

해돋이는 아직도 멀었고
아기 오줌보다 가는 물줄기
이름 하여 忍耐泉 이라 누가 지었는지
그러나 나에게 일깨워준 하얀눈

비가 얼어 내리는것 자연의 현상 이고
더러워진 세속의 산야를 감추는 것 보다는
물들지 않은 세상을 아름답게 그리라고
神이 우리 인간 에게 주신 아름다운 선물 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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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늘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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