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글/이병주

    언제부터인가
    밤을 줍는 아낙네의 발길이 잦아지면

    털털거리는 새벽 시외버스 속에는
    지그시 감은 눈 속에다
    여름을 담아낸 까만 밤을 그려 놓는
    아낙네들이 앉아 있다.

    지난 여름날 뜨거운 햇볕도
    천둥 치며 내리는 소나기도 마다하지 않고서
    꿈을 담아놓은 까만색 속에는
    하얀 솜털로 감싸진 사랑이
    웅크리고 있을 텐데…….

    언제부터인가
    밤나무 아래에서는

    하나둘씩 떨어져 있는 낙엽 속에 숨어
    까만 눈동자 부리고 있다가도
    세월마저 주워 가는 아낙네에게
    수줍어 얼굴 붉히며
    모든 것을 맡겨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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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늘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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