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낙엽

글/이병주

온 世上 을 그렇게 푸르게 푸르게
만들어 버리더니

온 世俗을 무덥게 무덥게
만들어 버리더니

그러다가 그러다가 혼자 지쳤버렸나…
지치다 지치다 어쩔 수 없었나…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가는 너의 自態
어쩔 수 없이 너도 지쳐 떨어져만 가는데

부질없는 우리는
너 곱다고 너보고 싶다고 하더니

이산 저산 찾아가 너 떨어지는 것이 아쉬워
아삭 아삭 밟아 너의 미련 떨구치러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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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

글/이병주

하얀 속옷만 입고서
수줍어 수줍어 얼굴 붉으스레

오는 나그네 가는 나그네에게
인사는 머금은채 바라만 보고 있는 축령산

내 손등에 콧물 닦을 때 당신의 존재를 알았고
내 나이 쉰 넘어서야 당신 찾아 왔드니

당신의 옷자락 으로 햇살 막아주고
당신의 입김으로 산들 바람 흔들어줄 때

나 잠시 잊었노라 당신에게 할말을
나 잠시 멎었노라 숨쉬는 것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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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리운 것은


글/이병주


네가 그리운 것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 옛날 너의 향기가
나의 육신을 흠뻑 적시었던
그날이 그리운 것이다.

너의 향기가 그리운 것은
아름다운 내음 이 그리워서가 아니다.

향기의 마법으로 나의 두눈을
뜨고도 못보게 만든
그때가 그리운 것이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킬수 없지만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너의 흔적이
나의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기에
그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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